거소증을 받은 다음날 숙원이었던 한국은행계좌 개설과 본인인증이 가능한 핸드폰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둘 다 만드는 조건은 갖춰졌지만 문제가 있었다.
핸드폰을 만들려면 폰 요금을 낼 계좌번호나 카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집 근처의 우리은행을 먼저 들렀는데 은행에서는 또 계좌 개설 시에 핸드폰 번호를 요구한다. (??)
당시 갖고 있던 핸드폰 번호는 공항에서 입국할 때 신청해 받았던 30일짜리 선불폰이어서 본인인증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고 후에 이게 문제가 될까 싶어 지금 쓴 번호는 본인인증이 안 되는 선불폰이라고 귀띔해 드렸는데 은행직원분도 뭔가 불안함을 느끼셨는지 열심히 하시고 있던 계좌 개설 작업을 한큐에 다 날리시곤 그럼 폰을 새로 만들어서 오라고 했다.
그렇게 시원하게 빠꾸를 먹고 그냥 엄마 카드를 빌려서 폰부터 해결할까 했지만 극 I였던 나는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너무 귀찮았고 근처에는 마침 신한은행이 보였다.
예전 한국살때 썼던 은행이 신한은행이었기에 잠들어있던 휴면계좌를 살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신한은행을 들어갔다.
들어가서 전에 쓰던 휴면계좌를 살리고 싶다고 얘기했고 혹시 몰라서 거소증뿐만이 아닌 거소증 신청할 때 준비했던 기본증명서, 시민권증서, 여권, 가족관계증명서, SIN카드까지 전부 들고 갔는데 거소증, 기본증명서, 여권을 요구하셨다.
직원분께서는 이거저거 해보시더니 이 휴면계좌는 내가 9살 때 만든 계좌라 싸인도 당시 보호자였던 우리 엄마 싸인이 들어가 있고 국적도 달라져서 이 계좌의 주인인 한국 국적일 때의 나와 지금 캐나다 국적일 때의 내가 동일인물임을 증명하기가 힘들다고 하시면서 차라리 새로 계좌를 만드시는 걸 추천해 주셨다.
신규 계좌를 만들 땐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선불폰 번호로 개설을 했는데 별 무리 없이 되더라.. (후에 본인인증이 가능한 정식 번호를 받고 번호 업데이트를 했다) (신규 개좌를 개설할 때 나는 캐나다에서 세금을 내는 입장이라 SIN카드를 요구하셨다)
다만 계좌는 통장 목적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재직증명서, 공과금납부 등등)가 없으면 출금 30만 원이 걸린 계좌로밖에 안된다고 하셨다.
어차피 목적은 온라인쇼핑과 지인들과 주고받는 간단한 송금이 전부였기에 큰 신경은 안 썼다. 30만 원 이상 인출할 일도 없을 것 같고 잔액 부족하면 캐나다 통장에서 송금해서 따박따박 채워 넣으면 되니 뭐
이렇게 힘들게 퀘스트를 하나 끝냈고 이제는 거소증과 계좌번호도 있겠다 세상 무서울 게 없었던 나는 바로 통신사로 향했고 들어간 지 정확히 15분 만에 숙원이었던 본인인증이 해결가능한 번호도 바로 부여받았다.
한국에 머물 때는 데이터가 어느 정도 있는 플랜을 쓰다가 출국할 때 월 2000원짜리 문자 수신정도만 가능한 알뜰폰으로 바꿔서 해외에 나가면 해외에서도 본인인증이 가능하다. (실제로 캐나다 돌아와서 테스트해 봄)
이제는 쿠팡, 무신사, 배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심지어 한국 롤 아이디까지 전부 가입 가능하다. 이게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한이 맺혔을까.. ㅎㅎ 드디어 한국에서의 일반인의 삶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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